작성일 : 14-12-11 23:50
#9. 문학번역이란 (작품번역, 고전번역)
 글쓴이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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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번역이란 (작품번역, 고전번역)

혹자는 번역의 영역을 크게 문학번역과 비(非)문학번역으로 대별하기도 한다. 문학번역 이외의 다른 모든 번역을 비문학으로 통칭할 만큼, 그리고 현재까지 많은 사람들이 '번역'이라는 것을 무조건 문학번역과 동일시할 만큼, 문학번역은 번역의 영역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는 학문으로서의 번역담론(즉 번역학, translation studies)에서도 마찬가지여서 근대적 의미의 번역학은 상당부분을 문학번역을 둘러싼 역사적 논의들에 빚지고 있다.

그렇다면 문학번역이란 무엇인가? 이는 '문학텍스트'가 무엇인지를 정의하는 것만큼이나 복잡한 일이나, 일반적으로 문학번역은 '텍스트의 내용전달보다 문학적, 심미적 측면의 전달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번역'으로 폭넓게 정의할 수 있다. 그러나 과연 어디까지를 문학번역이라고 정의할지 역시 상당히 애매한 문제여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소위 '문학적 걸작'의 영역으로 범위를 한정시키고자 할 때는 '명저번역' '작품번역' '고전번역' 등의 용어들을 사용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고전번역'은 주로 한문으로 된 고전들을 국역하는 작업을 의미한다. 이런 종류의 텍스트에서는 전체의 내용이나 줄거리만큼이나 (혹은 경우에 따라서는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원 저자의 문체, 분위기, 문장의 길이, 호흡 등 작품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성들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다. 따라서 번역의 과정에서도 이러한 요소들을 최대한 충실하게 전달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러나 실제로 문학작품을 번역할 때, 늘 이러한 조건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어떤 요소들은 아예 '번역이 불가능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박경리의 소설 『토지』에 나오는 정감 있고 해학적인 경상도 사투리를 영어나 프랑스어로 얼마나 제대로 옮겨 낼 수 있을 것인가? 16세기의 영어로 쓰인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한국어로 번역하면서 그 운율까지 살려 내는 것은 얼마나 어렵고도 고단한 일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론적으로는 언뜻 번역 불가능해 보이는 이러한 문학작품은 고대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수세기 동안 끊임없이 번역되어 왔다. 뿐만 아니라 호메로스, 셰익스피어, 세르반테스 등의 대문호들이 인류에게 남긴 고전들은 한 번 번역되고 그친 것이 아니라 끝없이 재번역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정보성과 메시지 전달 위주의 실용번역의 영역에서는 매우 드문 일로 이는 문학번역이 단순한 메시지 전달이 아닌 작품의 끝없는 다시 읽기의 과정임을 드러낸다. 그래서 문학번역의 경우는 다른 번역과는 달리, 문학적 소양과 필력이 그 어느 분야에서보다 더 중요하다. 문학번역의 영역에서 유독 '번역작가'라는 말이 사용되는 이유는 번역자에게 창작에 비견될 만한 담금질과 창의력을 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문학번역의 현황을 살펴보면, 해당언어권의 문학전공자들에 의해 상당부분이 소화되고 있으며, 특히 특정 작가 혹은 특정 주제를 깊이 천착하는 작품들의 경우, 해당 작가나 주제를 전공한 연구자들이 번역하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이러한 작품들을 번역할 경우, 번역의 기술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해당 주제 혹은 해당 작가에 대한 언어외적 지식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주제지식이 그 자체로서 번역의 충분조건이 될 수는 없으며 언어외적 지식 외에 번역에 필요한 노하우를 갖추지 않은 사람이 번역을 수행한 경우에는 상당한 논란이 불거지기도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문학번역 (번역이란 무엇인가, ㈜살림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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