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12-06 08:28
#4. 원문의 고유함을 전달하는 번역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166  
[번역이란 무엇인가] 원문의 고유함을 전달하는 번역

한국어)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영어) Thank you.

위와 같은 번역은 역사극 형식의 한국 드라마에 영어권 시청자들을 위하여 자막을 삽입할 경우 간혹 등장한다. 그런데 위의 문장을 읽으면서 우리는 원문에서 번역문으로의 이동 과정에서 무엇인가가 '누락'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과연 '성은이 망극하다'를 '고맙다'는 말로 옮길 수 있는가? 의미만 번역하면 된다는 주장의 맹점이 여기에 있다. 메시지는 분명 전달되었으나, 원문의 고풍스럽고 수사적인 요소들은 모두 사라져 매우 평범하고 단순한 문장이 되어 버렸다.

이러한 경우는 속담의 번역에서도 발견된다.

한국어) 마누라가 예쁘면 처갓집 말뚝에도 절을 한다.
프랑스어) Qui m'aime aime mon chat.(나를 사랑하면 내 고양이도 사랑한다.)

한국어 속담의 뜻을 풀이하자면 아내가 좋으면 아내와 상관있는 모든 것이 좋아 보인다는 뜻이며, 더 넓게는 사람을 좋아하면 그 사람의 모든 것이 좋아 보이게 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프랑스에는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는 '나를 사랑하면 내 고양이도 사랑한다'라는 속담이 있다. 위의 한국어 속담이 한국의 소설가가 쓴 소설 속에 등장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리고 이 한국어 소설을 프랑스어로 번역하던 번역사가 이를 위의 프랑스어 지문처럼 번역했다고 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날까? 프랑스어로 번역된 소설을 읽는 프랑스의 독자들 중 별다른 느낌 없이 소설을 읽어 내려가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원문이 한국어 소설이었다는 점을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던 독자들은 한국에도 프랑스와 동일한 속담이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의아하게 생각하거나 번역사가 원 작품을 지나치게 '프랑스화'했다고 불쾌하게 여길 수도 있다. 이러한 독자들은 어쩌면 다소 어색하더라도 한국어 속담을 직역한 것을 더 선호했을 수도 있다. 다소 낯설더라도 한국에서는 '마누라'와 '말뚝'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사용하여 같은 말을 다르게 한다는 것을 발견하는 것이 번역의 중요한 덕목 중 하나라고 여기는 독자들도 분명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막이 들어간 외국 영화를 보다가, 자막에서 갑자기 한국에서 유행하는 유행어나 비속어를 만날 경우 관객들이 느끼는 의아함, 혹은 짜증스러움도 이와 비슷한 종류일 것이다.

이 모든 상황들은 늘 메시지 전달만을 추구할 수도, 그렇다고 늘 원문의 형식에만 충실할 수도 없는 번역의 딜레마를 보여 주고 있다. 모든 딜레마가 그렇듯 여기에도 정답은 없다. 그러나 성경을 번역하는 작업과 계약서를 번역하는 작업이 같은 방법론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 따라서 번역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번역사의 번역전략을 결정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속담을 번역할 경우, 번역의 목적이 무엇인지에 따라, 원문의 형식을 최대한 충실하게 번역할 것인지, 혹은 전체적인 내용 전달 위주로 번역할 것인지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원문의 고유함을 전달하는 번역 (번역이란 무엇인가, ㈜살림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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